2008년 03월 15일
학교와 학원, 그 사이의 차이.─마포고등학교─



우리 학교에 차병국이던가.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서울대 차석 입학을 한 선배가 있다. (참고로 본인이 재학중인 고등학교가 마포고등학교다.)그리고 사실 다녔는지도 몰랐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학원을 3년동안 다니고 수능을 보았다고 한다. 오늘 어쩌다가 수업시간에, 마포고 똥통학교 떡밥이 나와서 학원 원장님이 언급한 이야기인데, 사실 학교의 광고(야자 한번도 안빠지고, 보충 다듣고, 학교에서 시키는것은 다했다)와는 달리, 3년 내내 학원에서 소위 '집중육성'한 선배였다고 한다.그러면서 학교가 마치 자신들의 공인양 책임져주지도 못할 애들을 학교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약간 어이없다는 투로 말하는것도 잊지 않으셨다.


기본적으로 나는 두 사실이 대립될때, 어느 한쪽을 쉽게 믿는 성격이 아니다. 사실 학원의 주장도, 학교에서 보면 억지라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광경들을 볼 때 마다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매스컴에서는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사교육의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라. 필자의 학교가 사립학교라 그럴수도 있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강제야자(안하는 선생님도 있지만 대부분 강제다.)에, 돈을 내고 받아야하는 보충마저 강요한다. 솔직히 말하건데, 학원의 광고활동이 강제화 된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게 어딜봐서 신성한 성직인 교직이고, 모두를 위한 공교육인가. 단지 대학을 많이 보내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최근 새로운 교장의 취임사에서도 밝혔듯 '주변 아파트의 집값을 올리기 위한' 활동(※1)에 지나지 않는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 나의 단 1회에 지나지 않는 보충경험에 따르면, 그래도 최소한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 굶고 살게 하지는 않겠다'라거나, '막장'들의 성적을 1점이라도 올려보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학교에서 따로 운영하는 '심화반'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마포고의 보충은 세 단계─물론, 이번 년도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2006년까지는─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기본,우수,심화가 그것이다. 사실, 기본,우수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고, 심화반이 전교에 25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필자는 1학년 2학기때 잠시 우수반 보충을 들어보았는데, 말 그대로 쓰레기라고 할 수 있었다. 출결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수업의 질도 떨어진다. 물론, 심화반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25명의 학교직속 엘리트들의 교육이니 우수.기본처럼 허술하게 하지는 않을것이라 생각한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결석하면 체벌도 따르고, 출결도 확실히 관리하는듯 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질이 떨어지는 교육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강매(※2)하고 그 효과는 보증하지도 않으면서, 선택의 기회조차 주지도 않는 학교(물론, 주변 아파트의 집값을 올리기 위한 '선택된 25인'은 틀리겠지만)와, 비록 수십만원씩 받아먹긴 하지만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권리인 '선택'과 품질을 보장가능한 학원, 둘 중 어느곳이 나은가?

아니, 그것보다, 어째서 대한민국 고등학교는 겉으로 '교육은 성직' '이게 다 아이들을 위해' 운운하면서, 뒷구멍으로는 질이 떨어지는 '방과 후 보충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지하철 잡상인도 하지 않을 치졸한 짓을 하는건가?


※1 : 녹취록 따위의 증거자료는 제시할 수 없지만, 당시 그 취임사를 듣고 있었던 수백명의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그 증거가 될것이다. 스스로 신성한 교육의 전당이니, 교육은 성직이라며 교사를 신성화하는 학교에서, 또 그 학교장의 취임사에서 '아이들이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는, 입에 발린 소리긴 해도 최소한의 '개념'은 갖춘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의 아파트값을 올리겠다는 치졸한 취임사를 할 수 있는가?

※2 : 학교에서 강요하는 '유료 교육 서비스'인 보충 말고도, 야자에도 많은 허점이 존재한다. 심화반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야자에 강제 출석을 강요받아 열악한 환경,예를 들면 심하게 떠든다던가, 하는 상황에 '방치'되게 된다. 물론 이는 야자에 임하는 학생의 마음가짐 탓이겠지만, 일반 학생 야자에 경우에는 매우 소란스럽다. 하지만, 이런 소란스러움은 모두 학교가 야자를 강요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야자를 할 마음도 없는데 강요받아 나온 학생들이 떠들게 되는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을 제대로 감독조차 하지 않으니 그 현상은 더욱 더 심해진다. 그러나, 심화반 인원들은 특별 야간 자율학습실에서 가끔씩 교감마저 와서 둘러보고 지나가며, 항상 엄한 감독체계가 존재한다. 게다가, 이 특별 야자실의 경우에는 거의 사설 독서실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일반 학생들의 교실 야자와의 질 자체도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심화반 25명에게는 해달라고 하지도 않은 사설 독서실급의 설비를 제공하며 우대해주면서, 공부할 마음도 없는 '막장'들마저 야자의 강제출석 시키고,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아 떠드는 환경을 조성하여 '정말로 원해서' 야간 자율학습을 나온 일반 학생에게까지 피해가 미치는 것을 생각해보면, 과연 야자를 강요하는 학교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학교에게는 고2 학생 정도의 통찰력도 없어서 이런 부작용을 예상하지, 아니, 보고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가?
by  孤 | 2008/03/15 23:45 | 일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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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Xeizure at 2008/03/16 11:44
교장이 취임사에서 대놓고 "주변 아파트 집값을 올리겠다"고 말했다니...정말 갈데까지 갔네요.

하긴 뭐 요즘은 학교도 사업이니까요. 사업이 번창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 대학만 잘 보내주면되죠 뭐. 아하하하하...
Commented by  孤 at 2008/03/16 17:18
Xeizure// 더 열받는 일은, 거의 장사치나 다름없는 짓거리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교육을 성직이니 뭐니 한다는거죠.
Commented by 락은죽었다 at 2008/03/16 19:36
대충읽어보니
명문 인문계 마포고의 야자가
막장 전문계 경기상고의 야자보다 질이 떨어지는 듯 하군
뭐, 우리학교에서 야자를 한다는건 공부하겠다는 뜻이요 강제가 아니라 자원이니까
강제로 행해지는 마포고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게 당연한듯.


Commented by JSKIM at 2008/03/24 12:38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고 42회 졸업생입니다.
졸업하고 2년뒤에 지방으로 이사가서, 그동안 모교 안가본지 12년이 넘었네요.

원래 마포고등학교, 제 1학년때만 해도 "자율학습" 만 있었지 방과후 추가 학습은 없었습니다.
(사실 뭐 야자는 강제로 하는 것이였지만 -_-; )
그런데 94년 입시부터 본고사를 잠시 부활했었는데, 그때 본고사 대비반 만든 것이 그 시발이였나 보네요.

제가 겪은 일화가 있습니다. 저는 그당시 기준 내신 2등급 학생이였습니다. (당시는 15등급으로 나눔)
제가 2학년때 (93년 하반기? 아마도...) 심화반에서 중간고사 다음 날 하루 결석한 적이 있습니다.
시험공부도 많이 하고 너무 피곤했거든요.
게다가 어차피 정규수업도 아니고 내 돈주고 추가로 받는 수업인데 하루 안나가면 어떠냐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학생주임이 날 부르더니 다짜고짜 싸대기를 날리더라고요.

너무나 분하고 기분나빠서 부모님 동의하에 "본 학생은 심화반과 야간 자율학습에서 빠질 것을 동의합니다."란 확인서를 만들어서 학교에 제출하고, 졸업할때까지 정규수업만 다녔습니다. 오후 4시 수업끝나고 집에와서 내방에서 혼자 공부했어요.

심화반 그까짓거 안들어도 제 목표였던 고려대 어렵지 않게 입학했습니다.
고3 막판에 본고사가 너무 암담해서 목동의 어느 학원 4개월 다니긴 했지만요. (과외는 안했어요)
어쨌든, 심화수업은 절대 학생 동의 하에 해야 하는게 정상이지요.
사교육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을거 같으면 뭐하러 심화해서 애들 고생시키나요.
일찍 집에 보내주면 알아서 공부할텐데 말이지요. 잠 많이 자면 학교에서 졸지나 않을거고..
Commented by  孤 at 2008/03/25 18:47
JSKIM//하하, 선배님이시군요. 이글루 링크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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